가족 간 돈 빌릴 때 증여세를 피하려면 단순히 “빌린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차용증 작성, 이자 지급, 계좌이체 기록 등 세무상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이 글에서 실수 없이 준비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부모, 자녀, 형제자매 사이에 목돈이 오갈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이 바로 증여세입니다. 실제로는 빌려주는 것인데도 세무조사에서 “이건 증여”라고 판단되면 예상치 못한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됩니다. 가족 간 금전거래가 증여가 아닌 ‘대여’로 인정받으려면 구체적인 절차와 서류를 미리 갖춰야 합니다.
가족 간 금전거래, 왜 증여로 볼 수 있을까
국세청은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 사이의 금전거래를 기본적으로 증여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족 간에는 돈을 받고도 갚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자나 상환 조건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빌린 것’임을 인정받으려면 빌려준 사람이 아닌, 빌린 사람이 “이건 갚아야 할 돈”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서류 없이 계좌이체만 했다면 세무조사 시 불리할 수 있습니다.
증여세 면제 한도, 먼저 확인하세요
빌린 금액이 크지 않다면 증여세 비과세 한도 내에서 해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년 단위로 적용되는 면제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우자: 6억 원까지
성인 자녀(또는 부모): 5,000만 원까지
미성년 자녀: 2,000만 원까지
형제, 기타 친족: 1,000만 원까지
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10~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한도 내 금액이라면 증여로 처리하는 것이 더 간단할 수 있지만, 한도를 넘는 금액이라면 ‘대여’로 인정받기 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여로 인정받기 위한 3가지 핵심 조건
1. 차용증(대여계약서)을 반드시 작성할 것
구두 약속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대여 금액, 이자율, 상환 기간, 상환 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문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작성일과 서명이 포함되어야 하고, 가능하면 공증이나 확정일자를 받아두면 분쟁 시 더 강력한 증빙이 됩니다.
계약서에 들어가야 할 최소 항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여 금액
이자율 (연 4.6% 기준 이상 권장)
이자 지급일 및 지급 방법
원금 상환 기일 및 방법
채권자·채무자 인적사항 및 서명
2. 반드시 계좌이체로 거래할 것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거래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빌려줄 때도, 이자를 받을 때도, 원금을 돌려받을 때도 모두 계좌이체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체 시 메모란에 “대여금 이자”, “원금 일부 상환” 등 내용을 남겨두면 세무조사 시 훨씬 명확한 증빙이 됩니다.
3. 이자를 실제로 주고받을 것
서류를 갖췄더라도 이자가 실제로 오가지 않으면 세무서는 여전히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세법에서 정한 적정 이자율은 연 4.6%입니다. 이보다 낮은 이자를 받거나 무이자로 빌려줬다면 이자 절감액이 ‘이익의 증여’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단, 세법에는 예외 조항이 있습니다. 적정 이자율(연 4.6%)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 수취 이자의 차액이 연간 1,000만 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이를 역산하면 약 2억 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줘도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무 예시로 이해하기
사례 1 – 부모가 자녀에게 3억 원을 빌려주는 경우
자녀가 전세 자금이나 주택 구입 자금으로 3억 원이 필요해 부모에게 빌렸다고 가정합니다. 이때 아무 서류 없이 계좌이체만 했다면 국세청은 이를 증여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아래 조건을 갖추면 대여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대여계약서 작성 (이자율 연 4.6%, 3년 후 원금 상환 조건)
매월 이자를 계좌이체로 지급 (3억 × 4.6% ÷ 12 = 약 115,000원)
3년 후 원금 300만 원 계좌이체 상환
이처럼 형식과 실질이 모두 갖춰져 있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사례 2 – 형제 사이에 5,000만 원을 빌리는 경우
형제 간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1,000만 원이므로, 5,000만 원을 그냥 받으면 4,000만 원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대여계약서와 이자 지급 내역을 제대로 갖추면 증여세 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5,000만 원에 대한 연 4.6% 이자는 연간 230만 원으로, 1,000만 원 기준에 한참 못 미치므로 무이자로 빌려도 증여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주 하는 실수와 주의사항
가족 간 금전거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실수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서만 쓰고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 서류는 갖췄지만 실제 거래 흔적이 없으면 세무조사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현금으로만 이자를 주고받는 경우: 현금 거래는 증빙이 없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소명이 불가능합니다.
상환 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 약정한 날짜에 원금을 갚지 않으면 계약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이자율을 너무 낮게 설정하는 경우: 연 4.6% 미만으로 설정하면 차액에 대한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계산이 필요합니다.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경우: “얼마를 빌린다”는 내용만 있고 이자율이나 상환 방법이 없으면 효력이 약합니다.
작성 전 체크 포인트 정리
문서 준비부터 거래 종료까지 아래 순서로 점검하면 세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대여 금액이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초과하는지 확인
연 4.6%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연간 1,000만 원 초과 여부 체크
대여계약서에 금액·이자율·상환 방법·날짜 모두 기재
공증 또는 확정일자 받기 (분쟁 대비)
원금 및 이자를 계좌이체로 정기 지급
이체 메모란에 “이자”, “원금 상환” 등 명확히 표기
상환 완료 후 계약 종료 사실도 문서로 남기기
자주 묻는 질문 (FAQ)
Q. 차용증 없이 계좌이체만 해도 대여로 인정되나요?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대여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체한 금액이 나중에 돌려받을 돈인지, 아니면 그냥 준 돈인지 입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대여계약서를 작성한 뒤 계좌이체를 진행해야 합니다
Q. 무이자로 빌려주면 무조건 증여세가 부과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정 이자율(연 4.6%) 기준으로 계산한 이자와 실제 수취 이자의 차액이 연간 1,000만 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약 2억 1,700만 원까지는 무이자로 빌려줘도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Q. 부모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상환하지 않으면 세무서는 처음부터 증여로 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오랜 기간 이자도 없고 원금 상환도 없다면, 사실상 증여로 판단되어 세금이 소급 부과될 수 있습니다
Q. 부모님 통장에서 바로 전세 계약금을 치렀는데, 제가 빌린 걸로 처리할 수 있나요?
사후에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미 자금이 이동한 뒤라면 세무서가 증여로 보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자 지급과 상환 이력을 즉시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 세무사와 상담해 적절한 처리 방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이자를 높게 설정하면 무조건 유리한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자율이 너무 높으면 채권자(빌려준 사람)에게 이자소득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 4.6% 수준에서 실제 지급 가능한 금액으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이미 돈을 받은 뒤 뒤늦게 차용증을 작성해도 효력이 있나요?
사후 작성이라도 효력 자체는 인정됩니다. 다만, 국세청 심사 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으므로 이자 지급 내역과 상환 계획을 실제 거래로 즉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적 효력 강화를 위해 공증을 함께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Q. 가족 간 대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나요?
부동산 취득이나 고액 계좌이체가 발생하면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 대상이 됩니다. 가족 간 거래라도 예외 없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에 관련 서류를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가족 간 금전거래는 “설마 조사가 오겠어”라는 생각으로 서류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고액 거래가 포함된 부동산 취득이나 사업 자금 이동은 국세청의 자금 출처 조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용증 한 장, 이자 계좌이체 한 건이 나중에 큰 세금 문제를 막아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형식과 실질을 모두 갖춰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